월요일

Richard Serra: 거부당한 공공미술, 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

공공미술 수업에서 실패한 경우로 자주 언급되는 리처드 세라 (Richard Serra, 1939~)의 <기울어진 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981년, 리처드 세라는 미정부의 Art-in-Artchitecture 프로그램의 요청을 받아 <기울어진 호>를 제작한다. 길이 36미터, 높이 3.6미터의 녹슨 판은 제이콥 재비츠 미연방 빌딩 앞의 광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설치된다. 세라는 "관찰자는 이 작품을 따라 움직이면서 비로소 광장 내 자신의 움직임을 깨닫게 된다. ... 걸음을 뗄수록 조각뿐 아니라 전체 환경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세워지자마자 사람들의 반발의 부딪히게 된다. 아래 사진과 같이 광장을 가로막고 있으니, 광장을 가로지르고 싶은 바쁜 사람들의 반발도 이해할만 하다.


결국 세라는 철거비 $35,000 + 다른곳으로 옮기는 비용 $50,000을 들여 장소를 옮겨주겠다는 제안을 받게된다. 세라는 이 작품이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이며, 따라서 "이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이것을 파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광장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대중들은 "사람들이 강판위에 그림을 그려서 지저분해질 것이다", "광장의 통행을 방해한다" 혹은 "테러리스트가 방어용으로 쓰는 벽 같다"며 작품의 철거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원으로 가게되고, 꽤 많은 예술가와 큐레이터들, 그리고 비평가들이 작품의 예술성을 옹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설치 8년만인 1989년에 <기울어진호>는 광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세라는 끝까지 "예술은 사람들이 보기 좋으라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기울어진 호>처럼, 본래 세라가 의도한 장소에 머무르지 못한 작품은 이후에도 또 있었다. 리처드 세라의 <Reading Cones> (1988)은 원래 빌딩 로비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것이 염려되어 결국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로 밀려나게 되었다. 좀 더 수요자의 입장이나 장소를 고려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세라의 <기울어진 호>는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가만의 예술'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공공미술은 살아남지 못할것 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또한, 수동적이었던 관람자들이 법적 공방을 통해서 작품을 광장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더이상 그들이 수동적이지만은 않으며 대중이 공공미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예술가는 그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으나, 대중 또한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요즘에는 - 특히 공공미술에 있어서 - 이 두 권리들의 타협점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쟁들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점점 더 유명해졌고, 그의 작품들은 MoMA, LACMA  등 전세계 미술관의 소장품 리스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대중들이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세라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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