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파운데이션은 인상주의 작품이라면, 그 어떤 대형미술관보다도 뛰어난 질과 양을 자랑합니다. 이곳은 반스의 집이기도 했으며 교육기관이기도 했습니다. 반스는 "The mission of The BArnes Foundation is to promote the advancement of education and the appreciation of fine arts... to maintain an art gallery of works of ancient and modern art, in connection with an arboretum...for the study of arboriculture and forestry" 라고 말했고,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선대 미술가들의 손놀림, 색감, 빛 등을 직접 눈으로 봐야한다고 믿었습니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작품들이 시대별로 걸려있는데, 반스 파운데이션은 이런 시대별/작가별 디스플레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반스는 모딜리아니 페인팅 옆에 아프리카 목각 가면을 걸어둔다던가, 세잔의 정물화에서 보이는 동그라미의 느낌을 반영하는 르누아르의 작품을 걸어두거나, 또 그 옆에는 르누아르의 붉은 드레스 색감이 반사된 듯한 샤댕을 건다던가 하는 독창적이고 직관적인 전시 방식을 택했습니다. 시대별로 나누어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색감과 붓터치같은 느낌을 사람들이 배우길 바랬던거죠.
반스의 콜렉션은 시대를 넘나드는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합니다. 루소, 엘 그레코, 반 고흐, 드가, 고야, 고갱, 미로 쿠르베, 모네, 피카소 등 헤아릴 수 없으며 아프리카 미술과 그리스 로마의 도자기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 미술관을 모든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부자들만 볼 수 있게 했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반스는 진심을 다해서 미술을 사랑하고 학구열에 가득 찬 사람들만을 받아들였어요. 초기에는 방문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편지를 써서 방문 허락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의 거센 반항에 못이겨서 결국 금,토,일에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했으나 그마저도 하루에 400명 이상은 들어갈 수 없으며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했습니다. 티켓은 몇달전에 매진되곤해서 제가 방문했을때도 미리미리 수업을 위한 예약이 되어있었기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반스는 1951년에 차 사고로 죽었으나 그의 디스플레이와 운영방식을 절대로! 바꾸지 말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반스파운데이션을 고립시키고 결국 자금난을 겪게 됩니다. 필라델피아 정부는 다운타운을 부흥시키려는 운동의 일환으로 자금난을 겪고있는 반스미술관을 필라델피아 미술관 옆으로 옮기고자 했습니다. 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전을 반대하며 Friends of Barnes Foundation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고소했고 시위성 다큐멘터리 영화 또한 제작되었습니다. 오랜 법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결국 반스 파운데이션은 2011년에 완전히 필라델피아 도심으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미술관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니까 어쩔 수 없었나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스미술관을 둘러싸고있는 주택가의 고요함 또한 미술관을 빛나게 하는 요인이었다고 생각하기에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반스의 미술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로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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