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푸른옷을 입은 발레리나> (1890) |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푸른옷을 입은 발레리나> (1890)입니다. 드가의 발레리나 연작들 중에서도 후기에 속하는 작품이죠. 그림에서 묻어나오는 색감이 너무나 부드럽고 서정적이라서 파스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유화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맨 앞에 서있는 소녀가 토슈즈를 신은 발 끝을 세워보고 있는 모습인데요, 금방이라도 그 발끝으로 자그마한 몸을 세워 빙그르르 돌 것 같은 기분이 들게합니다. 드가는 포즈를 취한 발레리나들이 아니라 자유롭게 연습하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포착하여 순간의 아름다움을 스냅사진처럼 남겼습니다.
드가, <개의 노래> (1875) |
하지만 이전 드가의 작품들은 여성혐오적인 면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핏보면 우아한 여인을 그린듯한 위 작품의 제목은 <개의 노래> (1875) 입니다. 여인을 개에 비유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여성을 어떻게 보았는지 알 수 있죠. 드가의 여성 혐오는 그의 아름다운 어머니가 드가의 삼촌과 불륜관계였던 사실에 기인한다고 추측되기도 합니다. 사실 당시에 발레리나들은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런것도 초기에 드가가 발레리나를 그림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중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탈의실에 있는 발레리나>에서 나타나듯이 보통은 들여다 볼 수 없는 탈의실이라는 공간속의 발레리나를 그림으로써 그녀를 완전히 관음증 해소의 대상으로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푸른옷을 입은 발레리나>에서 느껴지듯이 후기로 갈수록 이런 성향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이건 혹시 그가 미국 태생의 여류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와 우정을 쌓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볼수 있습니다. 카사트의 그림 실력은 당대 최고의 여류화가 모리조 (마네와 특별한 사이였던 그녀)보다 좀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를 그린 작품 말고는 드가가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그린적이 없다고 하니 그가 카사트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드가의 영향이었는지, 카사트도 발레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이 둘 사이의 애틋함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가정을 꾸리지 못했던 이유는 드가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었다고 추측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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