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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Koons: 제프 쿤스, 베르사이유에 싸구려 장식품을!

제프 쿤스는 2015년에 살아있는 아티스트 중 최고의 10인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전세계적인 스타로서 유럽 전역에 작품이 퍼져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신세계에서 2011년 Sacred Heart를 구매하면서 펼친 '쿤스 마케팅'으로 많이 알려졌다.

신세계 본관 옥상정원에 설치된 Sacred Heart
신세계는 작품 구매후 머그컵 등의 굿즈를 판매하는 등 예술마케팅을 펼쳤는데, 이후 신세계의 VIP고객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공공 조각품들은 현대미술의 큰 파이를 차지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에 위치한 아니쉬 카푸어의 Cloud Gate는 콩쳐럼 생겨서 Be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공 조각들이 항상 좋은 반응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뉴욕 Lever House에 위치한 데미안 허스트의 Virgin Mother는 보는사람에따라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의견도 많다. 낙태에 대한 의견을 담은 작품으로 내장과 혈관을 묘사해 놓았기 때문에 아침마다 출근길에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조금 꺼림칙할수도 있겠다.

이런 공공조각품들의 홍수 속에서 제프 쿤스가 급부상한 것이다. 쿤스는 1991년에 '치치올리나'라는 예명을 쓰는 안나 엘레나 스탈러와 결혼한다. 이 여성은 포르노배우 출신임에도 1987년부터 5년간 이탈리아의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전설적인 사람이다. 결혼 후 쿤스는 치치올리나와의 성행위를 조각과 사진으로 묘사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를 발표한다.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예술이라는 명찰을 달고 뉴욕의 소나벤드 갤러리에 등장했을 때 미술계는 스캔들에 휩싸였다. 논란으로 인해 쿤스는 중요한 국제 전시에도 초청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들은 결혼 1년 후인 1992년에 이혼을 하게 되고, 쿤스는 아들 루디비히마저 부인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후에 그는 아들과 키우던 강아지의 모습을 꽃으로 만들어낸 거대 조각 Puppy 를 독일의 Bad Arolsen에 전시한다. 사실은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받지 못한 쿤스가 카셀 외곽의 아롤젠에 보란듯이 생화 6만 송이로 만들어진 초대형 강아지 조각을 세운 것인데, 결국 Puppy 는 카셀 도큐멘타보다 주목을 받게 되었다. 순수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을 돌며 전시된 후 빌바오 구겐하임의 소장품이 되었다.

이후 1999년에 열린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제프 쿤스의 도자기 조각 핑크 팬더가 180만 달러에 미국 출판재벌인 피터 브랜트에게 팔리게 되면서 쿤스는 굉장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참고로 12년 후인 2011년 5월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에 핑크 팬더가 다시 나왔는데, 전보다 10배가량 높아진 1680만 달러 (약 178억원)에 낙찰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공방이나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키치(Kitsch)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싸구려 취향인데 비싼가격으로 유명해졌을 뿐인 작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도 얻게 된다. 하지만 쿤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있으며 예술은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가격은 옥션 등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올린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키치'가 예술의 한 장르로 여겨질 만큼 쿤스의 영향력은 컸다.

2008년 하반기에 제프 쿤스는 베르사이유 궁의 수장인 Jean-Jacque Aillagon에게 초대받는다. 베르사이유에서 일년의 한 명의 현대미술 작가를 초대하여 여는 <Versailles Off>기획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아한 그림들과 고전적인 조각들로 장식된 화려한 궁전에 제프 쿤스의 풍선이 놓이려하자 걱정이 쏟아졌다. 하지만 요즘 현대미술가들은 이런 이질감을 오히려 즐긴다. 키치한 현대미술과 바로크 건축양식의 만남은 보이는 것처럼 굉장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는 너무 많은 미술가들이 이러한 장치를 쓰기때문에 조금 식상할 수도 있겠다.


궁전 내부에 놓여진 Balloon Dog의 모습이다. 어렸을 때 갖고놀던 풍선 강아지 모양으로, 실제 풍선이라면 가볍고 말랑말랑 할 것이다. 하지만 쿤스의 풍선개는 스테인레스스틸로 모양을 잡아서 기존의 무게와 재질에 대한 인식을 비웃는다. 어떤이들은 풍선개의 터질듯한 통통함과 곡선이 에로틱한 느낌을 준다고도 하는데, 난 그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베르사이유 궁전은 화이트큐브가 정석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대미술관의 개념을 성공적으로 뒤집으며 마리 앙트와네트의 호화로운 공전을 현대 시대로 불러왔다.

덧) 쿤스 전시의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2010년 베르사이유에서 비슷한 전시가 또 열리는데, 이때에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초대되었다. 무라카미는 환상의 왕국인 베르사이유 궁전이 "나의 정신 속에서 과장과 변형을 통해 비현실적인 세상의 일부가 되어간다"고 말했다. 오타쿠들이 수집하는 애니메이션 피규어같은 작품들을 전시하겠다고 하자, 오픈일에는 프랑스 보수파의 반대 시위까지 열렸다. 품위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프랑스 권력의 상징인 베르사이유 궁전에 전시되는 것은 프랑스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며 침입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다카시를 블루칩 작가로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예술가 반열에 들어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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