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Allan Kaprow: 앨런카프로, 미술관 따위라고 말하다

미술사학자 마이어 샤피로(Meyer Shapiro)는 예술가들이 사회를 바꾸는 일에 활발하게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이 '사회적 철학'을 반영해야한다고 믿었으며 모던아트를 산업활동과 비교했다. 앨런 카프로 (Allan Kaprow, 1927~2006)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샤피로의 제자로, 스승이 주장한 '사회철학적인 예술'을 추구했다. 여담이지만 카프로는 백남준의 절친이었다고도 한다.

카프로는 미술관이 과거로부터의 '고루한 유적'이라고 조롱했고, 미술관들이 현대 미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형태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경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오늘날의 미술관들은 비어있어야하며, 대신 그 건물은 '조각'으로 남아 마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Allan Kaprow, <Yard>, 1961

처음에 내가 카프로의 작업들을 보았을때, 그것들이 미술관 내에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혼란을 주었다. 고루한 유적이라고 비판하던 미술관에 어째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을까? 이중잣대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카프로는 오히려 미술관이라는 환경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는 미술관이라는 환경을 이용하여 그의 작품들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아이러니'를 즐겼다.

카프로는 미술관이 '액션을 위한 대행사'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가끔은 이를 위해 그도 미술관과 타협해야할 때도 있었다.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직 미술관에 '교육'이라는 큰 기능이 남아있었음을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또 카프로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미술관이라는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예를들어 카프로의 <Happening>시리즈 중 하나인 <Yard>는 미술관에서 "happen"했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낡은 타이어들을 Martha Jackson 갤러리의 마당에 던져 놓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뛰어다니게 했다. 만일 이 타이어들이 권위 있는 갤러리가 아닌 어떤 사람의 뒷마당에 쌓여있었다면, 쓰레기를 혐오하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야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갤러리 환경은 카프로의 작품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대행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Allan Kaprow, <Fluids>, 1967/2015

1967년 작품 <Fluids>는 미술관의 벽을 허무는 현대미술의 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카프로는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의 도움을 받아서 파사데나와 엘에이 전역에 20개의 직사각형 블럭들로 네모난 담을 쌓았다. 30x10x8 피트 크기의 얼음 담들이 맥도날드 옆을 포함하여 도시 전역에 만들어졌다.

3일동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여 이곳저곳에 만들어진 <Fluids>는 철수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녹도록 디자인 되었다. 크리스토처럼 현대미술의 '일시성'을 강조한 것이다. <Fluids>는 미술관의 '아우라'따위는 상관없다고 외치며, 도시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도 LACMA 미술관이 카프로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일에 '대행사'로 참여했다. 오늘날 미술관들이 이러한 열린 태도로 미술가의 아이디어와 함께한다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과 대중 사이의 탄탄한 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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