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Claude Monet: 모네, 사랑을 그리다. (반전 주의)

지금 본다빈치 뮤지엄에서 모네 빛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전시가 있다고하여 써보는 모네 포스팅입니다. (전시기간은 2017년 7월 7일부터 2017년 10월 29일까지입니다.)

모네, <산책>, 1875
여인이 양산을 들고 언덕 위에 서있습니다. 꼬마아이는 뒤쪽에서 물끄러미 화가쪽을 바라보고있네요. 공기중 빛의 움직임이나, 드레스의 반짝임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어서 그림 그릴 당시의 따듯하고 행복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림 속 여인은 모네의 아내 '카미유'이고 꼬마는 아들인 '장'입니다. 카미유는 모네가 무명의 화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살림이 힘들었던 시기에도 그를 격려해준 현모양처였습니다. 모네를 위해 어떤 연출이라도 최선을 다해주었던 그녀는 슬프게도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말기 자궁암이었던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모네, <양산을 든 여인>, 1886

이후에 모네가 그린 그림 중에 위 그림과 매우 유사한 작품이 있는데, 유명한 <양산을 든 여인>입니다. 이 그림의 모델은 두번째 부인 알리스의 딸 '수잔'으로, 모네의 의붓딸입니다. 수잔은 카미유가 떠난 뒤 모네의 모델이 되어줍니다. 부인을 모델로 한 <산책> (1875)에는 얼굴이 비교적 자세히 묘사되어 있고 시선은 올곧이 화가를 향하고 있는 반면, 수잔을 그린 <양산을 든 여인>(1886)에서는 얼굴의 생김새가 생략되었으며 시선은 멀리 왼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이는 모네가 후기로 갈수록 대상의 구체적인 형태를 생략한 경향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저는 모네가 카미유를 떠올리며 <양산을 쓴 여인>을 그렸는데, 흐릿해진 기억으로인해 얼굴을 자세히 그리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굳이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비슷한 구도와 자세로 <산책>을 그리고자 한것은 카미유가 살아있었던 시기를 그리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보면, 먼 곳을 바라보며 서있는 여인과 바람에 흩날리는 드레스 자락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전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로맨틱한 이야기로 끝맺고 싶으시면 이 부분을 읽지않는게 좋아요. 1870년대 후반 프랑스는 불경기였고, 모네의 화상이 파산하여 도망가고 그의 부인인 알리스가 아이들을 데리고 모네의 집으로 오게 됩니다. 소문에 의하면 알리스와 모네는 이후 불륜관계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번 더 반전이 있습니다. 알리스의 딸 '블랑슈'는 이후 모네의 큰아들 '장'과 결혼합니다. 족보가 복잡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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